추석명절(2011.9.11)
최래옥 교수의 ‘되는 집안은 가지나무에 수박 열린다.’에 나오는 이야기다.
옛날 우애가 좋은 세 형제가 있었다. 어찌나 우애가 좋은지 이웃동네에 까지 소문이 자자했다. 그런데 이 칭찬을 못 마땅하게 여긴 것은 세 동서였다. 어느 날 집안 행사에 모인 부인들은 “남편들이 우애가 있다는 것은 감탄할 만 해 그렇지만 남편만 잘해서 형제간에 우애가 되는가, 우리가 안에서 잘하니까 그렇지 우리 공로는 없고 남자들만 낯을 내고 있어요. 우리 한번 본대를 보여줍시다.” 이런 불평을 하면서 남자들을 가르칠 궁리를 했다.
며칠 후 큰 집에서 떡을 했는데 아이들이 둘째와 셋째 집에 가서 자랑하고 사촌과 나누어 먹었다. 둘째와 셋째 남편들은 형님 댁에서 떡을 하셨으면 보내줄 것인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에는 둘째 집에서 떡을 했는데 마찬가지였다. 둘째 아이들이 떡을 들고 와서 자랑했다. “너희 떡 했니?” “예, 떡 많이 했어요.” 그런데 가지고 오지는 않으니까 첫째와 셋째는 섭섭했다. 며칠 후 막내도 떡을 했는데 형들에게 맛보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첫째와 둘째가 섭섭해 했다. 형제들은 서로 “큰 집이 변했다. 윗사람답지 않다.” “둘째 네가 전과 같지 않다. 무슨 섭섭한 일이 있는 것 같다.” “셋째가 이상하다. 예의가 없다.” 이런 말이 나오면서 “오냐 너희끼리 잘 해 먹으라. 나도 아쉬울 것 없다.” “그럴 줄 몰랐다.” “내 것 내가 먹으면 되지” 이렇게 악화되었고 서로 길에서 만나도 소 닭 보듯 했다. 애들까지 오고 가지 않게 되자 이웃들도 “우애 없는 삼형제”라고 비웃으니 위신이 서지 않았다. 이런 우울한 날이 계속되자 소화가 되지 않고 병까지 생겼다.
드디어 맏동서가 다 모이라고 하고 큰 잔치를 하면서 그 동안의 일을 말했다.
“우리 남편들 의좋다든 세 형제분들이 떡 몇 번 안준다고 그렇게 토라지고 섭섭해 하고 왕래를 끊을 수가 있나요? 이제는 우애 없다고 소문이 나지 않았나요? 이번 일을 보더라도 남자들은 우애를 말할 자격이 없어요. 우리 동서들이 실험해본 결과 집안은 우리 여자하기 나름인 것을 확인했어요. 이제 우리 여자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셨지요? 남자형제들 우애가 우리 여자에게 달렸다는 거 에요.”
추석명절이 돌아왔다. 가정마다 문화가 있고 분위기가 다르다.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은 자녀들에게 가족의 의미를 경험시키고 부모공경, 형제우애를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렇지만 명절이 모두에게 좋은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명절 뒤끝에는 부부싸움이 많다고 한다.
A(40)씨는 부인이 시댁 식구들을 친정식구 대하듯 성심껏 대해주지 않은 것에 대해, 부인은 남편이 시댁에 대한 의무만을 강조한다며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이 부부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건 지난해 2월 설 명절 때였다. 시댁을 찾아 차례 음식을 마련하던 부인 B씨가 미끄러져 손가락을 삐고 허리를 다쳤다. B씨는 다친 것도 속상한데 자신을 걱정하지는 않고 음식 준비를 잘하고 있는지 묻는 시댁식구에게 화가 났고 결국 시누이, 시아버지와 싸우고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B씨에게 사과를 요구했고, 부인은 앞으로 시댁식구를 보지 않겠다고 맞섰다. B씨의 친정부모가 화해시키려 노력했으나 허사였다. 서울가정법원 판사는 “둘의 부부관계는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혼 판결을 했다.
우리나라는 명절이면 귀성전쟁을 치루지만 핵가족화와 극한 이기주의로 인해 부모, 형제관계는 물론 부부관계조차도 무너지고 있다. 야곱과 형 에서의 극적인 화해는 야곱이 준비한 많은 선물보다 형님을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이번 추석명절은 하나님의 은혜로 닫힌 마음이 열리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부모공경과 형제 우애를 다지는 기회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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