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그 사랑(2015.3.29.)
얼마 전 6.25전쟁이후의 한국사회를 배경으로 한 영화 ‘국제시장’을 보았다.
주인공 덕수는 어려서 중공군이 마을을 침공한다는 소문을 듣고 가족이 서둘러 피난을 떠났다. 흥남부두에서 덕수가 업고 있던 여동생이 그만 손을 놓쳐 물속으로 떨어지게 되고 아버지는 여동생을 찾기 위해 가족들과 헤어지게 되는데 고모가 있는 부산 국제시장 꽃분이네 가게에서 만나자고 하고 헤어졌다. 아버지는 어린 덕수에게 “아버지가 없을 때는 네가 이 집 가장이다.”고 하면 가족들을 부탁했다.
덕수는 어린 나이지만 장남이고 가장이라는 책임의식에 구두를 닦으며 가족의 생계를 위해 애썼다. 덕수역의 황정민은 20대 초반 해양대에 가서 배를 타는 것이 꿈이지만 동생이 서울대학에 합격하자 동생의 학비 뒷바라지를 위해 대학을 포기하고 독일 광부로 떠났다. 목숨을 거는 위험을 무릅쓰고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며 지하 깊은 갱도에서 일하지만 오직 가족을 생각하며 묵묵히 일을 했다. 거기서 간호부로 온 영자역의 김윤진과 결혼을 했다. 그리고 돌아와 아이도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 자기의 꿈인 해양대학에 합격도 했다. 그러나 또 다시 여동생의 결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또 돈을 벌 수 있다는 베트남으로 떠났다. 베트남 정글 전장터를 누비면서 생명을 담보로 돈을 버는데 오직 가족을 위해서였다. 한쪽 다리를 총에 맞아 절룩거리며 귀국하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1983년 이산가족 찾기를 통해 헤어진 여동생을 만나게 되지만 아버지는 돌아가셨다고 했다.
한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해 온 주인공 덕수의 삶은 지난날 이 땅의 아버지 어머니들의 이야기였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울었다.
영화 마지막에 가족과 자식 세대의 행복을 위해 삶의 무게를 견디고 희생하며 살아온 주인공 덕수가 노인이 되어 아버지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 지가 아버지하고 한 약속 지켰습니다. 잘했지요. 지가 가장 노릇하느라 참 힘들었습니다. 지 이만하면 잘 살았지요.” 아버지에게 독백하는 이 대목에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몇 년 전 일간지에 실린 미담이다. ‘공주의 바보친구’ 라는 글이 실렸다. 4년 전부터 만성 신부전증을 앓아 온 김갑성씨는 양쪽 콩팥이 완전히 망가져 거의 회복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동안 대전과 전주를 오가며 어떻게든 병을 고쳐 보려고 애썼다. 들어간 돈만해도 5천여만원, 부인 유미정씨가 포장마차를 끌며 시부모를 모시고 집안을 꾸렸지만 앞길이 막막했다. 절망에 빠진 김씨는 구정 전날 동네 친구인 유홍철씨에게 “마지막으로 콩팥 이식 수술이나 받아 받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대를 걸고 상의한 것은 아니었으나 친구의 대답은 너무나 냉담했다.
“어떤 바보가 자기의 콩팥을 선뜻 내어 주겠나” 라는 말이었다.
부산에서 선원생활을 하다가 공주로 장가를 와 7년 전부터 김씨를 사귄 유씨의 대답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김씨가 서울 강남 성모병원에서 콩팥 이식 수술을 받게 되었을 때 콩팥 중 하나를 떼어 준 그 ‘바보’는 바로 친구 유씨였다. 김씨로부터 이식 수술 이야기를 들은 날부터 며칠 동안 고민한 끝에 낯선 타향에서 따뜻하게 대해 준 김씨에게 자신의 왼쪽 콩팥을 주기로 결심했다. 병원에서 조사해 보니 피도 같은 O형이었고 조직 검사 결과 두 사람의 체질이 쌍둥이보다 더 흡사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수술은 대성공이었다.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가 만연한 때에 감동을 줄만한 사연이었다.
가족과 자식들을 위해 희생한 덕수와 같은 아버지의 희생적인 사랑도, 콩팥을 떼어 준 친구의 우정도 귀하고 감동을 주지만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사랑과는 비교할 수 없다.
예수님은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서 생명 전부를 주셨다. 예수님의 그 사랑은 바다 보다 깊고, 온 주 보다도 더 넓고 커서 무엇으로도 측량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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