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회복(2014.7.27)
1987년 영국의 피오나 잘두아(9세) 소녀가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 미하일 고르바초프에게 편지를 보냈다. “TV로 소련 선수들의 스케이팅을 보고 너무 감동했어요. 제발 러시아로 가게 해 주세요. 아저씨가 챔피언들에게 부탁해서 제가 스케이팅을 배우게 된다면 무지무지 행복할 거 에요.” 란 내용이었다.
페어스케이팅 커플의 앙증맞은 그림도 그려 넣었다. 당시 잘두아에게 스케이팅은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불안과 아이들의 괴롭힘으로부터 유일한 탈출구였다. 새벽4시30분에 일어나 고된 훈련을 하면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러시아 행과 스케이트 선수의 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17세가 되었을 때 드디어 코치의 주선으로 러시아유학 기회가 찾아왔다. 하지만 결국 무산되고 됐다. 소련의 붕괴로 그를 가르칠 코치와 선수들이 모조리 서방으로 망명해버린 탓이었다. 그러나 망명 사태는 그녀에게 새로운 인연을 선사했다. 자신이 연습하던 아이스링크에 세계 주니어 페어스케이팅 챔피언 출신의 드미트리 수하노프가 둥지를 큰 것이었다. 잘두아는 수하노프와 짝을 이루어 페어스케이팅 국제 대회를 누볐다. 잘 걷지 못할 정도의 강도 높은 소련식 훈련도 그녀에겐 즐거움이었다. 잘두아 커플은 부부가 되었다.
잘두아는 지난 해 말 꿈에 그리던 러시아 땅을 밟았다. 남편과 아이스 쇼에 고정 출현하게 되었다. 그녀는 현지 언론의 믿기 어려운 전화를 받고 달려갔다. 고르바초프에게 온 편지를 정부가 문서 보관소에 보관하는 데 소치 올림픽 개최 기념 전시회에 옮겨져 전시중이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27년 전 자신이 쓴 삐뚤삐뚤 쓴 손 글씨 편지와 마주하고 감격했다.
“이게 어떻게 여기까지 와 있는지 모르겠다. 엄마가 정말 부쳤나 보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잘두아의 사연이 리아노브스티 통신에 보도되어 알려지면서 지구촌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1998년에 개봉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라는 영화가 있다. 주인공 멜빈(잭 니콜슨 분)은 로맨스 소설 작가인데 신경질적인 강박증환자이다. 그는 길을 걸을 때 길바닥만 쳐다보며 보도블록의 틈을 밟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식당에 가면 거기서 주는 나이프와 포크를 더럽다고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외출하고 돌아오면 아주 뜨거운 물에 새 비누로 손을 두 번 씻고, 쓰고 난 비누는 버린다. 별난 그를 사람들은 꺼린다. 그런 멜빈을 식당 종업원인 캐롤(헬렌 헌터 분)은 참고 식사 시중을 든다. 멜빈은 캐롤을 사랑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의 인생이 변화되기 시작한다. 영화 속 한 장면에서 캐롤은 멜빈에게 자기를 칭찬해달라고 한다. 칭찬에 서툰 멜빈이 한참 머뭇거리다가 입을 연다.
“나는 고쳐야 할 병이 있습니다. 의사가 말하기를 나 같은 사람50~80%는 약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내가 약을 아주 싫어해요. 약에다가 ‘증오한다’라는 단어를 쓸 정도로 약을 싫어합니다. 그런데 내가 당신을 만난 후부터 약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기분 좋은 말이다. 그렇지만 명확하지 않아서 캐롤은 다시 묻는다.
“그게 무슨 나에 대한 칭찬이에요?” 멜빈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나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소원을 주었습니다.”
그러자 캐롤은 감동하여 한동안 입을 열지 못하다가 활짝 웃으면서 “내 평생 들었던 칭찬 가운데 최고의 칭찬이에요” 라고 말한다.
캐롤은 멜빈에게서 최고의 칭찬을 들었고, 멜빈은 캐롤에게서 더 좋은 사람,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 받았다. 더 좋은 사람이 되려는 소원 이보다 더 큰 선물은 없다. 멜빈은 최고의 선물을 받은 것이다.
꿈이나 소원은 인간의 전존재에 영향을 준다. 소원이 인생의 방향과 가치와 미래의 운명을 결정한다면 하나님이 주시는 소원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가장 불행한 사람은 소원을 상실한 사람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려면 소원이 회복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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