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썼까이(2016.12.25.)
지난 11월 6일 한 권사님 남편이 심장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을 거쳐 병실로 왔다. 그런데 그 병실에서 같은 날 수술을 받은 전라도 무안에서 오신 한 권사님이 계셔서 권사님들끼리 서로 금방 친하게 되었다. 서로 이야기 하던 중에 시골사시는 권사님이 자기 교회 사정을 이야기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간증이 은혜가 되어 자기 교회 목사님에게 편지를 썼다.
“목사님이 쓰신 책을 선물하고 싶은데 사인해서 주세요.” 하고 사연을 적어 보냈다.
무안사시는 권사님은 시골교회라 젊은이가 없고 반주자가 없어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다. 주로 고등학생이 반주를 해서 예배를 드리고 찬양대가 찬양을 하는데 이 학생들이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위해 광주나 서울로 떠나면 반주자가 없다는 것이었다.
“주님 반주할 애기가 얼마 후 또 가버리면 어째썼까이? 어째썼까이?”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너무나 감동적이다.
전라도에서는 고등학생들도 애기라고 부른다. ‘어째썼까이?’는 ‘어떻게 하느냐?’ 큰일 났다는 사투리 같다. 반주자 문제가 계속 그렇게 되자 어느 날 이 권사님은 놀라운 결심을 했다.
‘내가 저 자리에 가야겠구나.’ 그분 연세가 얼마인데 학원에 등록을 하고 레슨을 받았다. 시골에서 농사하는 분들은 일이 참 많다. 이 권사님은 살림하랴 농사하랴 바빴지만 열심히 피아노를 치면서 너무 힘들 때 마다 이렇게 기도했다.
“주님 시간이 없는 것 아시지요. 제가 시간이 많아 취미로 다니는 것 아닌 줄 아시지요. 저 자리에 앉아 반주 잘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이 권사님은 없는 시간을 쪼개어 5년간 레슨을 받고 드디어 반주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 이런 엄두를 낼 수 있었을까 노인이라 손이 굳었고 머리도 굳어서 이해하기 어려운데 오직 반주자가 있어야 한다는 안타까운 마음 하나로 노력해서 꿈을 이룬 것이다.
나는 어째썼까이 권사님 이야기에 큰 감동을 받았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위기라고 하고 믿지 않는 이들이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그렇지만 오늘도 이름 없이 빛도 없이 교회를 사랑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한국교회가 유지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은 그런 할머니 권사님이 피아노를 배워 반주자가 되었다고 해도 알아주거나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하나님은 그 권사님을 가장 귀하게 보실 것 같다.
우리 하나님은 이런 분들을 통하여 영광을 받으신다. 이번 성탄에 이런 분들에게 주님의 위로와 격려가 있으면 좋겠다.
춥고 배고프고 헐벗은 사람들은 사소하고 일상적인 일들만을 생각하며 살아가기 쉽다. 그들은 반복되는 삶속에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를 갖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 처한 목자들에게 천사는 하나님의 사랑이 담긴 기쁜 소식을 전해 주었다. 가난하고 멸시 받던 소외계층이었던 그들이 오히려 특별한 은혜를 입게 된 것이다.
“어째썼까이 어째썼까이”하며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가졌던 권사님처럼 목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자기들이 맡은 양들이 혹시라도 짐승에게 먹히지나 않을까 혹은 도둑이나 당하지 않을까 애쓰며 밤을 샜던 것이다. 우리 하나님은 이런 마음을 소중히 보신다.
목자들은 ‘우리가 아기 예수 나신 곳에 가면 천대 멸시 받지 않을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가니까 은혜와 위로가 컸다.
‘아버지 당신의 마음이’ 노랫말처럼 아버지의 마음이 있는 곳에 우리의 마음이 있기를 원하고, 아버지의 눈물이 고인 곳에 우리의 눈물이 고이길 원하자. 아버지께서 바라보는 영혼에게 우리의 두 눈이 향하길 원하자. 우리의 마음이 아버지의 마음 알아, 우리의 모든 뜻 아버지의 뜻이 될 수 있기를… 이 마음이 예수님을 주신 하나님 아버지께 가져야 할 마음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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