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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았다
박찬규 2019-08-31 추천 1 댓글 0 조회 1477

닮았다(2014.9.7)

오래전 우리나라에 개봉되었던 볼프강 페터젠 감독의 특전유보트란 영화가 있었다.

2차 대전에서 독일이 히든카드로 숨겨놓고 있었는데 바로 잠수함이었다. 히틀러는 영국 봉쇄를 위해 편성한 잠수함부대로 큰 연합군을 괴롭혔다. 작은 독일이지만 유보트라는 잠수함이 바다 속 깊은 곳에 숨어 있다가 지나가는 함선들을 어뢰로 정확하게 침몰시켰다. 잠수함부대가 얼마나 막강한지 연합군들은 쩔쩔 맸다. 어떻게 하면 유보트를 잡을 수 있을까 바다 속을 샅샅이 뒤지다 시피하며 잠수함 박멸에 혈안이 되었다. 영국 상선을 호위하는 많은 구축함과 비행기로 무장을 강화해서 독일 잠수함에 타격을 가했다. 그래도 독일군 최고사령부는 잠수함을 포기하지 않고 어린 수병들을 태워 점령지 프랑스 라 로셀(La Rochelle)에서 출항을 시켰다.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인데 대부분 전쟁영화에서 독일군은 적군, 나쁜 편이란 이미지가 굳어져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독일군을 주인공으로 그린 점이 특이했다. 독일군의 시각에서 영화를 풀어냈다. 독일군 개개인의 이야기를 절실하게 부각시킴으로 인간은 다 같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화는 잠수함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오는 답답함과 우울함 그리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두려움과 긴장, 흥분과 욕망과 희망을 아주 섬뜩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보여주므로 휴머니즘과 전쟁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각인시켜주었다. 실제 2차 대전에서 4만 명의 수병이 유보트를 탔다가 3만 명은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거의 패전의 기미가 감돌던 1941년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무렵 영국군의 본거지인 지브롤터 해협을 통과해야 하는 작전이 떨어졌다. 거의 자살명령이나 다름없는 작전을 수행하는데 영국군은 공중에서 폭탄을 투하하기 시작하고 함대에서 쏘아대는 어뢰에 의해 잠수함유보트는 크게 파손이 되고 바다 깊은 곳으로 내려갔다. 수압 때문에 아주 깊이 내려가면 폭발할 수도 있다. 온통 만신창이가 되어서 계속 내려가는데 산소는 점점 부족해지고 젊은 수병들은 가슴을 졸이며 숨을 죽였다. 위에서는 계속 폭탄이 펑펑 터지고 설상가상 기계는 고장 나고 또 소리를 내면 들키기 때문에 운행을 못했다. 그저 엔진을 끄고 조심조심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영화지만 얼마나 고통스런 순간을 잘 그려 냈는지 모른다.

연합군의 함대가 떠난 뒤 그 죽을 고비를 간신히 넘긴 유보트가 바다위로 부상했다. 잠수함은 비록 다 부서지고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독일군 병사들은 배 뚜껑을 열고나와 눈물을 흘리며 감격에 젖어 외쳤다. “살았다!” “살았다!” 생명의 절규를 외치면서 폭풍우속을 달려갔다. 그들은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잠수함의 출항지였던 모항을 향했다. 만신창이 된 잠수함이 모항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의미심장했다.

모항은 부족한 것을 다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이다. 그곳은 파손된 잠수함을 다시 고치고, 그곳은 사랑하는 동료들을 만나고, 보고 싶은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곳은 회복과 치유의 장소이다.

고향은 모항과 같은 곳이다. 그동안 타향살이의 외로움과 상처받고 가슴앓이 하고 지쳤던 몸이 치유를 받는 곳이다. 그곳에서 위로와 격려를 받고, 휴식과 재충전을 받는다. 부모 형제 친구들이 열린 가슴으로 반겨 맞아 준다. 모항이 잠시 머무는 곳인 것처럼 고향도 잠간 머무는 곳이다.

교회는 고향을 닮았다. 객지 생활을 하다가 찾아가는 고향처럼 한 주간 지친 몸과 마음이 치유를 받는 시은소다. 교회에서 죄와 아픔과 설움을 씻고 새 힘을 공급 받는다. 교회에서 잠간 머물고 오히려 가정과 직장 사회에서 긴 시간을 보낸다. 모항, 고향, 교회는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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