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아닙니다 (2010.4.4)
어느 날 내가 죽어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골짜기 같은 길을 걸어가고 가고 있었다. 내가 죽었다는 생각에 세상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천국으로 간다는 기쁨보다 슬펐다. 엄청나게 큰 천국 문 앞에 이르자 빛나는 흰 옷을 입은 분이 큰 장부 같은 것을 펴놓고 있었다. 그 장부에 나의 모든 행위가 다 기록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이 나를 쳐다보면서 “죄를 많이 졌지” 그러는데 나의 모든 것을 다 아는 것 같아 두려웠다. 그렇지만 내가 예수님을 믿었다는 것 때문에 안심이 되었다. 그분은 내게 “너는 하나님의 일을 위해 혼자 살 수 있느냐?”고 물었다. “혼자 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결혼을 해야 하나님의 일을 더 잘 할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분이 “너는 주의 일을 위해 택하심을 받았으니 다시 돌아가라”고 해서 왔던 길로 되돌아오는데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예수님이 계신 천국이 좋다고 하지만 그래도 다시 이 세상에서 살게 되었다는 것이 그렇게 좋았다. 오는 길에 아는 분을 만나 들뜨고 기쁜 마음으로 “나는 돌아갑니다.” 자랑했다. 깨고 보니 꿈이었고 몸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꿈속에서 만났던 죽은 이가 누군지 아무리 생각해 내려고 해도 생각이 나지를 않았다. 십대 시절 그날의 꿈은 참 신기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야곱이 벧엘 광야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꿈을 꾸고 기도했던 것처럼 기도했다.
“주님, 꿈이어서 감사합니다. 다시 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주님을 위해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나는 그날 일을 잊지 않기 위해 일기장에 기록을 해 두었다.
‘크리스마스 캐롤’에 나오는 스크루우지 영감은 지독한 구두쇠였지만 자신이 죽은 꿈을 꾸고 개과천선하여 새 사람이 되었던 것처럼 때로는 한 번의 꿈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요셉이나 야곱도 그랬다.
내게 있어 그날의 꿈은 죽음이 내 가까이 있다는 점과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복된 일인가 하는 점을 깊이 깨닫게 해 주었다.
그 후 군대있을 적에 비를 맞으며 잔디밭의 풀을 뜯은 적이 있었는데 열이 많이 나서 병원으로 후송되었고 밤새 고열에 시달렸다. 군의관이 뚜렷한 병명을 몰라 유행성 출혈열은 아닌가 걱정하며 밤새 병상에서 죽음을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제 작년에 폐렴으로 입원을 했었는데 잘 낫지를 않았다. CT촬영과 폐를 물로 씻어내어 검사하는 내시경 검사를 받았는데 마취주사를 맞고 검사를 받으니까 고통은 없었지만 검사를 받는 자체가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었다. 주일날 외출을 해서 예배를 인도하면서 교우들이 걱정할까봐 얘기를 하지 못했지만 그 당시는 참 힘들었다. 그리고 같은 병실에 있던 환자 중에 나보다 먼저 입원했던 한 분 있었는데 낮에 애인이 발도 씻어주고, 입에 넣어주는 빵도 먹고, 이야기도 하던 분이 새벽에 갑자기 호흡곤란을 느끼면서 중환자실로 옮겨져 죽었다. ‘50대중반의 나이에 폐렴으로도 저렇게 죽는구나.’ 생각하며 그 일로 다시 한 번 죽음은 항상 내 곁에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나는 그때 기도했다. “하나님 드림교회 이제 시작해 놓았는데 벌써 갈 수는 없습니다.” 사명을 놓고 기도하고 헌신하겠다고 약속했다. 하나님의 일을 위해 기도할 때에 마음이 뜨거워지고 감사의 눈물이 나왔다. 하나님의 손에 나의 생명과 나의 장래가 있다고 확신하니까 더 이상 불안하지 않았다. 하나님의 은혜로 염증이 잡혀 12일 만에 퇴원했다.
내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것은 꿈속에서 일어난 일이었지만 우리 주님께서는 꿈속에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신 것이 아니다. 주님께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것은 현실이었다. 예수님을 믿는 우리들이 다시 부활하는 것도 현실이다.
지난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그렇지만 봄이 왔다. 죽은 것처럼 보였던 나무마다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오는 봄을 막을 수 없듯이 부활을 막을 수는 없다. 부활의 신앙은 인류최대의 적이요 공포의 대상인 죽음조차라도 이기게 한다. 부활은 꿈이 아닌 현실이다. 그러므로 부활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기쁨과 소망이 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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