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감사(2015.7.5.)

부목사생활을 사임하고 개척을 준비하던 때에 상계동에 살았다. 개척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뎌지고 하루하루가 단조롭고 삶의 의욕이 바닥을 치는 그런 때였다. 하루하루 일상에 행복도 감사도 없었다. 내 인생에 가장 어둡고 힘들었던 시기였다. 마음은 우울하고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다섯 살이던 막내 하민이가 다치는 일이 일어났다. 저녁을 먹고 난 후 새로 계약한 아파트 상가를 보러 가는데 언니들보다 먼저 본다고 달려가다가 아파트 보도블럭에 넘어져 입술이 터졌다. 입술에서 피가 펑펑 쏟아졌다. 놀라서 아이를 안고 택시를 타고 백병원으로 달려가는데 내 정신이 아니었다. 나의 윗옷이 홍건이 젖을 정도로 피가 많이 났다. 마음이 너무 급하여 하나님께 기도하며 갔다. 의사가 몇 바늘 꿰매야 한다고 해서 꿰매려 하는데 꿰매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아이는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고 정신이 없었다. 그때 의사의 말이 “잘 꿰매어도 흉터가 남을 수도 있다”고 했다. '딸인데 입술이 언챙이처럼 흉터가 남으면 어떻게 하나' 그래서 꿰매지 않기로 결정하고 지혈만 하고 돌아왔다. 그날 막내는 온 가족의 애간장을 태웠다. 다음날 다시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이미 시간이 지나서 꿰맬 수는 없고 지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나는 며칠 동안 주님께서 아이의 상처를 흉터 없이 잘 아물게 직접 치료해 주시라고 눈물로 기도했다. 다행히 흉터 없이 잘 낫고 나서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고 평온을 되찾았다. 나는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나는 가장 어둡고 힘들었던 시기에 감사를 회복했고 하나님께서 새로운 비전을 주셨다.

딸아이의 고통을 통해 일상의 평범함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것인지를 가슴깊이 깨달았다. 아이들이 아침에 어린이집과 학교에 갔다가 돌아오고 일터로 나갔다가 가정으로 돌아오는 하루하루의 일상이 하나님의 은총의 시간임을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서야 알게 되었다.

하루하루의 평범한 일상을 감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하나님은 더 밝은 빛으로 이끌어 주신다.

건강도 건강할 때는 그  소중함을 모를 때가 많다.   어리석게도 다 잃어버리고 나서야 더 절실하게 깨닫는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은혜안에 살면서도  귀한 줄 모를 때가 많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따분할지 몰라도 그날그날 만나와 메추라기를 주시는 하나님의 일상적인 은혜를 감사해야 했다. 그런데 그들은 그것을 모르고 원망 불평했다.

오늘 우리들도 일상에서 감사를 느껴야 한다. 그러면 더 깊은 은혜의 감사를 알게 된다.

우리는 평범한 일상이 반복될 때 당연하게 여기거나 지루하다고 느낀다. 아무 일 없이 지나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도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여기고 감사해야 한다.

헨리 워드 비쳐 목사님은 “교만은 감사하는 마음을 죽인다. 그러나 겸손한마음은 감사가 자연히 자라게 하는 토양이다.” 라고 했다.

겸손한 사람이 감사도 잘 한다. 교만한 사람은 감사할 줄을 모른다. 자신은 감당할 수 없는 죄인임을 아는 사람, 자신은 기대할 수 없는 부족한 사람임을 아는 사람은 은혜를 받은 줄 알기에 뜨겁게 감사를 한다.

받은 은혜를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감사하게 된다. 은혜를 은혜로 아는 자만이 감사하는 자가 된다. 은혜를 깨달은 자만이 감사할 수 있다.

우리 하나님은 참 좋으신 분이시다. 원망을 극복할 수 있고 오직 감사할 수 있는 길은 은혜를 아는 것이다. 원망하면 복을 받지 못한다. 일상을 감사해야 한다. 축복된 삶의 비결은 감사에 있다.